학교경영 혁신과 교원현직연수의 강화
2006.06.09
부북초등학교 교감
Ⅰ. 학교경영의 개념과 본질
1. 학교경영의 개념
학교경영이란 학교가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인적·물적 자원과 기술·정보의 활용을 조정·통합하는 활동과정을 말한다. 학교경영에서는 수업의 원칙이나 준거에 따라 교육과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학교경영의 계획·조직·운영·평가를 포함하는 일련의 과정을 다루게 된다.) 서울사대교육연구소, 교육학용어사전, 배영사, 1981.
학교경영의 개념을 좀더 살펴보면 학교경영은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이며, 교육활동의 여러 기능과 관련하여 교육목표의 설정에서 평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그리고 학교조직을 구성하는 교직원, 학생 및 학교조직의 외곽에서 관련을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학교의 유지와 발전을 위하여 힘을 모으고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협동할 수 있도록 지도성을 발휘하는데 초점을 둔다. 특히 학교경영의 개념은 단위학교의 운영에 있어서 환경의 변화에 따르는 動態的·創造的 적응을 강조한다. 주어진 조건에 따라서 현상을 유지한다거나 어떠한 상황에 대하여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경영이라는 용어에 어울리지 않는다. 보다 적극적으로 어떠한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며 환경조건의 변화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면서 학교조직을 발전시키고 학교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데 학교경영의 뜻이 담겨져 있다. 動態的 개념으로서의 경영이라는 말이 강조되는 것은 여기서 유래된다.
2. 학교경영의 본질
학교경영의 본질은 우선 교육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은 학교경영이 단위학교 수준에서의 학교교육을 보다 잘해 보고자 하는 것이며 학교에서의 교육의 質을 높이고자하는 목적에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 학교경영은 학교교육의 내실화와 질적 향상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으며 이 교육의 목표를 위하여 하나의 수단적 성격을 지니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명백해지는 것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경영의 측면에서 본 학교경영은 다른 분야의 경영 또는 행정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모여서 협동하면서 분업하는 관계 속에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본질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집단적 협동행위가 얼마나 훌륭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의 문제에 귀착된다.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 각도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행정학자들이 말하는 효과성의 지표이고 다른 하나는 효율성 내지 능률성의 지표이다. 따라서 학교조직의 효과성과 능률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곧 학교경영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김종철외, 학교학급경영론, 한국방송대학교출판부, 1997.
학교경영을 보다 합리적이고 능률적으로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법을 살펴보면 정보관리체제, 기획예산제도, 과업평가계획기법, 목표관리기법 등이 있으며 체제이론에 기반을 둔 기법들이다. 이러한 기법들의 적용은 행정이나 경영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나 학교경영에는 시사점만 주었을 뿐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생각된다.
Ⅱ. 학교경영에 대한 현실
학교경영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우선 과거의 학교경영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지금까지의 학교경영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고 학교를 개혁하려고 하였으며,학교경영도 이러한 의도에 따라 이루어져 왔다. 교육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고등정신능력만을 길러 정보화사회의 도래에 대응하는 데에 실패하였다.)1987년 교육개혁위원회가 출간한 한국의 교육에 대한 평가의 인용임
이것은 학교경영이 대부분 정치적·경제적 요청과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교육적 논리에 의한 학교경영이 등한시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교육의 내재적 가치와 학교경영의 일관성이 상실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많은 학교경영의 아이디어들이 자생적이거나 검증된 것이 아닌, 외래적·모방적인 것에서 출발하는 위로부터의 학교경영이었다는 점이다.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외국이론이 주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였고, 학교경영기법 역시 그러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교현장은 심각한 구조적 왜곡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조영달, 「참여의 교육체제 구축과 교육주체성의 회복」, 이돈희 외, 교육이 변해야 미래가 보인다, 1998.
한국교육개발원의 「한국 교육투자의 실태와 수익률 분석에 관한 연구」(1994)에 의하면 교육투자 수익률이 과거의 경우보다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어, 교육투자에 비하여 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으며, 학교경영의 혁신을 통한 교육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있다.
Ⅲ. 학교경영의 혁신 방향
1. 학교집단의 능동화
무리한 교원의 정년단축과 교육현실을 무시한 교육개혁으로 인한 교직사회의 좌절감과 심각한 피동화의 경향에서 학교집단을 능동화할 수 있는 학교경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학교가 현장교육의 주체성을 회복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원들이 일상사에 근거하여 교육적 필요를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학교경영의 방향을 제시하며, 이를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주체성의 회복은 외부로부터의 비판을 수용하고, 자신을 개혁하며, 교육적 필요를 위해 학생을 깊이 있게 고려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며, 학교현장의 능동화·교육화가 되고, 교원들은 현재의 무력감에서 탈피하여 자신들의 일상생활 세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2. 참여의 교육체제
학교경영의 핵심은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그들의 인성과 진로형성에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학교 안의 조직과 제도는 이러한 학교교육의 핵심기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교장과 교감의 제도나 행정실 등의 제도는 이러한 지원조직의 대표적인 예이다.
교육의 이상은 이러한 핵심적인 교육활동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학교사회의 교육 참여는 교과교육과 생활지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의 교수·학습과 생활지도에 바람직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교육적 참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참여의 교육체제를 위하여 교사는 교육과 관련된 실천연구자의 성격을 지니도록 학교경영을 해야한다. 교사는 자신이 교과교육에서 학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여야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하고, 그들의 인성과 진로에 대해 고민스럽게 연구해야 한다. 또 교수·학습의 환경 개선 방안과 평가 방법 등에 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 이러한 실천연구자로서의 교사상은 교사가 학교에서 교육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조영달, 「참여의 교육체제 구축과 교육주체성의 회복」, 이돈희 외, 교육이 변해야 미래가 보인다, 1998.
다음으로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학교경영이 필요하다. 학교의 행정조직을 현재의 관료적 조직에서 교육을 위한 조직으로 전환하여 교사의 교육활동과 학생과의 교육적 담론 교환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의 관리를 위한 교내장학체제도 바꾸어야 한다. 현재의 교내장학체제는 교과교육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교과교육과 생활지도에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지원 및 교과 장학체제'로 학교경영의 틀을 바꾸어야 관료화된 학교현장의 자율성 회복에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3. 교육의 정보화와 ICT 활용교육의 활성화
교실들이 네트워크화 되어 한 학급의 모범이 다른 학교·학급 학습으로 전파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교수·학습 방법의 전파에 유용하도록 학교경영에 핵심을 두도록 한다.
정보와 지식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정보화시대에서는 기술, 정보, 지식 등 지적 자산의 분량이 개인 및 나라의 富와 힘을 결정하게 된다. 21세기 정보통신 혁명시대에서는 무수한 정보를 얼마나 빨리 접수하고 분석·활용하느냐에 따라 개인이나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따라서 지식·정보화 시대를 대비한 ICT 활용교육을 활성화하여 21세기를 선도하는 인간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자치제에 따른 학교경영체제 개선 방안 연구」(1994)에서는 학교경영의 혁신을 위하여 단위학교 중심의 책임경영제, 학교경영에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 단위 학교내 각종 위원회의 활성화, 학교경영평가의 활성화를 제시하고 있다.
Ⅳ. 교원 현직 연수의 강화
1957년 R.J. Havighust와 B.L.Neugarten은 전문직의 기준으로 ① 고도의 기능과 지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 ② 넓은 범위의 형식적인 교육을 필요로 한다. ③ 봉사나 조언에 의하여 보수나 봉급을 받는다. ④ 권위 있는 집단으로서의 전통을 가지며 영리주의와 대립하는 성격을 갖는다. 의 4가지를 들고 여기에 비추어 교직이 전문직임이 분명하다고 보았다.
교사의 교직에서의 활동은 첫째로 교육하는 일이고, 둘째는 학교직원으로서 복무하는 일이며, 셋째는 교사 집단의 일원으로서 올바른 교육을 실시하는 일이다. 이처럼 교사의 활동은 가르치는 것에 집중되고 있으며, 가르치는 활동에 전문성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체계적인 현직 연수의 필요성인 것이다.
더구나 학교경영을 혁신하고자하는 학교장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위학교 중심의 현직 연수가 필요하다. 학교집단의 능동화와 참여의 교육체제를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연수를, 교육의 정보화와 ICT 활용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보화 기기를 바르게 다루고 교수·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현직 연수를 해야할 것이다.
1. 교육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현직 연수
학교경영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원들의 전문성을 갖추게 하는 체계적인 교원 현직 연수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교원의 현직 연수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교원들의 학교경영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의 주체는 교원이며, 교원이 변해야 교육도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경영의 혁신은 무엇인가 변화를 추구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원들에게 자신들을 규제하는 하나의 구호이자 선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한, 학교경영의 혁신은 더 이상 교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학교경영 혁신의 성공적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학교경영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현직 연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학교경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더라고 적당히 교직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21세기 국제경쟁시대에서는 경쟁력 없이는 가르치는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21세기 정보화사회는 20세기 산업사회에서 통용되던 것과는 전혀 새로운 교육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직 연수를 통해서 교사 자신에 대한 존경심도 회복되어야 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교육시키는 고귀한 업무에 조사하는 전문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진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교육의 정보화와 ICT 활용 교육에 관한 연수
21세기 지식기반사회는 知的 창조력과 문제해결능력을 지닌 인적 자원의 확보가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므로, 이에 학교의 교육시스템도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국가가 1996년부터 추진해 온 교육정보화 추진계획이 마무리됨에 따라 교육현장에 교육정보화를 위한 기본적인 물적 기반이 구축되었다. 금년부터는 이러한 물적기반을 바탕으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이를 가공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이를 전 국민이 공유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활용교육에 중점을 두고 실시하고 있다. 더구나 제 7차 교육과정에서는 국민공통기본 교과에 10% 이상 ICT 활용교육을 해야하며 2005년까지는 20%로 확대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계획이다.
따라서 교육의 정보화와 ICT 활용한 교수·학습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교원의 현직 연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화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교사가 그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면 교사 자신은 물론 국가경쟁력도 뒤떨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체계적인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모든 교사가 정기적으로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단위학교의 네트워크 운영상황과 서버의 운영은 물론이고 네트워크의 활용 방법, 서버를 통한 자료의 공유와 교수·학습의 적용, 인터넷을 활용한 학습, 자료의 제작 등 교육의 정보화와 교수·학습에 직결된 학교단위의 현직 연수가 필요할 것이다.
Ⅴ. 맺는말
이상에서 살펴 본 학교집단의 능동화, 참여의 교육체제, 교육의 정보화와 ICT 활용교육의 활성화 등의 학교경영혁신 방향이 실천되면 교원개개인의 의식전환과 자기연수 기회 확대가 폭넓게 이루어지고 교육전문인으로서의 자긍심과 함께 교원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학교경영의 중심인 학교장의 실천의지와 학교 구성원인 교원들의 교육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학교경영혁신에 대한 수용적인 의식전환이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바로 이점이 교원들의 현직연수를 강화해야 하는 필수적인 측면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교경영혁신과 교원현직연수의 관계는 서로 불가분 관계로 상통될 때 같이 발전할 것이다.
즉 교원현직연수 실천 강화를 통해 교원의 질을 높히고 교원의 질이 높혀질 때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며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가운데 속에서 자연스럽게 학교경영혁신은 앞당겨 이루어질
학급 경영의 혁신
- 새로운 관점과 전략 -
부북초등학교 교사 최 영 점
1. 서론 : 교육과 경영
교육에서 '경영'이라는 용어가 도입·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사실 우리 교육자들은 아직도 교육운영과 관련된 활동들을 설명하면서 경영이라는 말보다는 관리나 운영 혹은 넓은 의미로 행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 있다. 그것은 경영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장사'(business)의 이미지, 그장사라는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체 등에서 이루어지는 비교육적인 활동 양태들에 의해 경영이라는 용어에 대한 인식이 다소간 부정적인 것으로 고착된 데 기인한다. 따라서 학교경영이나 학급경영과 같은 용어들을 교육적 상황에 적용·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 경영이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어느 정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학급운영 혹은 학급활동 관리라는 용어 대신 학급경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경영이라는 용어가 그 부정적 이미지를 훨씬 뛰어넘는, 교육운영의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측면을 기술·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개념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학급운영이나 학급관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데 경영만큼 적절한 용어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영이란 어떤 집단이나 조직체가 그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조직의 가용한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고 활용하며 결집시키는 활동 혹은 그 작용이라고 정의된다(Wren, 1979: 3). 특히 최근에는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주관적 관점이 강조되어 인적·물적 자원 중에서도 인간에 대한 관리작용을 경영활동의 중심으로 보고, 경영을 구성원들의 협동적 행위를 조장하고 그를 통해 조직효과성과 집단과정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역동적이고 주체적인 작용이라고 보는 관점이 지배적인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영의 개념은 학급운영과 관련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주기에 충분하다. 전통적으로 학급운영과 관련된 생각은 주로 수업활동의 조건정비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 즉, 효율적인 수업을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조건들, 예컨대 교실환경 미화나 교육용 자료의 정비와 배치, 효율적인 분단 구성이나 학생들의 정숙 등과 같은 인적·물적 조건들의 정비와 관리에만 관심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그러나 경영의 개념은, 학급운영을 그러한 조건정비적·행정관리적 차원으로부터 참여와 역동적인 집단과정, 곧 학급이라는 조직체의 목표 달성을 위한 교사와 학생의 협동적·주체적 작용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조직행위로 인식하게 하는 주체적 관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말하자면, 학급을 단순히 관리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경영의 실질적 주체로 보도록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학교와 학급을 둘러싼 교육환경이 그러한 관점과 발상의 전환을 요청하는 상황으로 계속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현재의 교실 상황은 이전의 관리적 관점으로 운영하기에는 너무나 새롭고 이질적인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학급을 구성하고 있는 각 요소들―교사, 학생, 학부모, 행정체제, 물적 조건들 모두가 이전과는 판이한 양상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하 교실을 둘러싼 상황의 변화는 학급운영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인식 전환 없이는 효과적인 학급운영이 전혀 무망한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상황적 변화들을 검토해 보면 매우 분명해진다.
2. 학급환경의 새로운 변화
학급은 교실로 구획 지은 열 평 남짓의 공간에 수십 명의 아동들이 모여 공부하는 교육집단을 규정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 자그마한 공간과 작은 집단과 어린 학생들로 구성된 이 학급은 인간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발달해 나가는, 그야말로 인간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가장 의미 있는 사회적 장이다. 그것은 교육이라는 활동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재적 의미를 배우고 익히는 장이며,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공동의 문화를 형성하는 사회적 집단의 하나이며, 공부로 표현되는 인간적 삶을 향유해 나가는 학생으로서는 하나의 생활의 터전이 되는 축소된 인간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 교실은 권위 있는 교사와 고분고분한 학생들이 함께 모여 지식을 전수하는 곳으로 생각되어 왔다. 교실은 '젖과 꿀이 샘처럼 흐르는' 곳이며, 그것은 의심할 바 없이 교사로부터 나오므로 교사는 당연히 존경을 받고 권위를 인정받으면서, 본연의 지적 열망으로 충만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양육한다. 학생들은 교사의 가르침을 진리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교사에 대한 한없는 존경과 헌신을 바칠 각오와 태세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가르침을 시작함에 있어 교사는 오직 가르침의 내용밖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러한 교실 상황 묘사에 별다른 실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교사들이 그러한 존경과 권위 속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로 표현되는 습관화된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 현재 우리 교실에서 전제되어 있는 상황이라기보다는 새롭게 조성해야 할 부대적 조건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권위와 존경은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학생들을 교육하던 상황으로부터 먼저 권위와 존경을 이끌어 내고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으로 환경 자체가 변화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혹은 환경의 변화는 교사, 학생, 학부모의 특성 변화와 사회적 인식 및 과학기술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다. 우선 그것은 교사 권위의 약화로 요약되는 교수환경의 변화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교사의 학생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조직적 측면에서 보상적 권위와 강제적 권위에 의해, 그리고 개인적 측면에서는 전문적 권위3)에 의한다고 알려져 있다(Yukl, 1981: 43). 그러나 모든 권위의 행사가 그렇듯이 학생들이 교사가 지닌 보상력과 강제력, 그리고 전문능력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 영향력의 행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상황은 영향력의 원천으로서 교사의 그 능력 자체가 유인력 혹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사실 학생에 대한 체벌이 불가능하고 여교사가 대부분인 교실 상황에서 강제력에 의한 영향력 행사는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성적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성적과 포상으로 대표되는 교사의 전통적인 보상력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그와 함께 학력과 실력에서 교사를 능가하는 가족들의 존재는 그 동안 지식의 보고로 인식되던 교사의 전문적 권위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에게 훨씬 유리한 어학이나 컴퓨터 교육 등 기능중심 교육의 부상은 그 동안 인정받아 온 교사의 전문적 권위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적 변화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영향력을 그 범위나 내용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시키고 있다.
학생특성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는 학습환경의 변화도 학급환경을 변모시키는 하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발전에 힘입어 학생들 사이에서 교육을 통한 출세를 절대절명의 가치로 여기는 의식은 점차 엷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늘날 학생들은 죽을 힘을 다해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성취를 이루려 했다는 어른 세대들의 되뇌김을 교훈적 말씀으로 귀 기울이기보다는 단지 신화나 전설처럼 이야기로 듣고 있다. 절약과 근검보다는 사치와 낭비에 익숙한 세대들이 학생의 주류가 되어 고급시계와 메이커 옷가지들을 분실물 센타에 내버려두고 있으며, 교실을 피와 땀과 눈물의 장소가 아니라 유희와 장난과 재미의 장소로 만들고 있다. 협동보다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아이들, 환난 속의 연단을 통한 기쁨보다는 현재적 만족과 환락에 탐닉하는 신체적·정서적·도덕적 약골들이 현재 우리 교실의 구성원들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참여와 연대로 특징지을 수 있는 학부모의 특성 변화도 학급환경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 학부모들은 이전의 방관자적 입장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인 참여자적 입장에서 학교교육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과 발언을 강화하고 있다. 단위학교의 어머니회와 같은 학부모회는 아직도 학교의 교육활동이나 행사에 대한 지원을 주로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이들 모임을 통해 교사와 학교교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담임교사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일부 학부모들은 개별학교 단위를 넘어 지역 혹은 전국 단위의 학부모연대나 학부모협의회 등을 구성하여 학교교육에 대한 감시자로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모든 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되고 학교단위의 교육자치가 활성화되면 학부모의 교육 참여는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시적·외현적 변화 외에도 학부모들의 성향 변화가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교사의 처벌을 당연한 훈육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던 학부모들이 이제는 즉각적으로 교사와 학교장에게 항의하고 웬만한 훈육행위에도 집단적 항의와 소송까지 불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4) 학부모의 이러한 적극적인 교육참여는 학급을 교사와 학생의 것으로부터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의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맞벌이 부부의 증가에 따른 학교의 교육부담 증대,5) 점차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교사에 대한 존경심의 약화, 그리고 지방교육자치제의 점진적 활성화에 따른 단위학교 책임경영제 및 지역 특수성 교육의 필요성 증대 등 학교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책임의 증대는 계속적으로 이전의 정적이고 소극적인 학급 상황을 동적이고 적극적인 학급환경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교실에 대한 비유를, 교사가 교실의 왕으로 군림하면서 통치하는 '왕국모형'으로부터 교사가 소유자로부터 위탁받은 권한의 범위 내에서 기업의 발전과 활성화를 도모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경영자처럼 교실을 위탁 경영하는 '기업모형'으로 보도록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3. 효율적인 학급경영의 방향
위에서 살펴본, 교실에 대한 비유가 '왕국모형'에서 '기업모형'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학급환경의 변화는 단순한 상황의 변화를 넘어 학급의 운영에 있어서도 그 기획에서부터 전략과 기법의 사용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그 동안 많은 교사들은 특별한 생각 없이 학급을 운영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수업과 그 활동 지원이라는 차원을 넘어 학급도 하나의 조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경영자적 입장에서 인적·물적 조건들을 동원·활용하려는 착상이나 노력을 전개하지 못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실정인 것이다. 그러나 학급은 구성원으로 포함되어 있는 사람들의 수만 해도 웬만한 중소기업체를 능가한다. 달성해야 할 목표도 극히 어려운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해야 할 수단과 방법도 난해하다. 이러한 점은 또한 학급경영도 기업경영에 버금가는 전략과 전술, 기법 등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상황적 변화도 그러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학급담임교사가 경영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학급이 도산을 하거나 타인의 위탁관리에 처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피상적으로는 그렇다고 해도 그 결과는 기업의 도산과 마찬가지로 참담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교사의 인식과 행동여하에 따라 학급은 본래의 교육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학급을 삶의 터전으로 하고 있는 학생들의 장래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학급을 보다 더 교육적이고 인간적인 장소로 만들기 위해 기업가가 기업을 살리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상으로 자신의 정열과 노력을 바쳐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러한 일이 노력과 정열만으로는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열성을 가진 헌신적인 신임교사들이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에 낙담하고 좌절을 느끼는 것은 그들의 노력과 정열이 부족해서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학생의 이해나 교육 혹은 지도를 수행하는 기술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업을 열성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도산하는 기업이 항상 줄을 잇고 있는 현실을 보면 그 사실은 분명해진다. 학급경영에도 전략이 있어야 하고 기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실패할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교사들은 항상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기서 우선 효율적인 학급경영을 위해 교사가 지녀야 할 의식과 태도를 중심으로 바람직한 학급경영의 방향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급을 하나의 조직체로 보고 조직 운영의 여러 전략과 기법 등을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교와 학급과 같은 교육조직에서는 구성원, 즉 학생을 취급함에 있어 조직적 차원보다는 개별적인 배려를 우선하는 경향이 존재해 왔다. 자아실현이나 전인교육과 같은 교육목표들은 이러한 경향을 강화시켜 왔다. 그러나 인간의 집단에서 목표달성도 혹은 과업생산성은 공통의 신념과 지향성을 바탕으로 한 집단성원의 결합력에 의해 증진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학교교육의 일차적 목표라 할 수 있는 공부의 경우도 개별적 방식보다는 집단적 방식을 통한 접근방식이 보다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공부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고 이를격려하는 분위기가 학급문화를 지배한다면, 그 학급은 전반적으로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는 학급이 될 것이다. 이는 공부뿐만이 아니라 모든 활동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건강한 학교는 성취할 수 있는 높은 목표를 정하며, 그 학습환경은 체계적으로 조성되고, 학생들은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공부하며, 학문적으로 성취한 다른 학생들을 존경한다(Hoy & Miskel, 1991: 238). 학급의 집단문화와 풍토를 그렇게 조성하면 그 학급은 건강한 학급이 될 것이고, 바람직한 활동들이 진지하게 이루어지는 학급이 될 것이며, 그 소속한 학생들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물론 그를 위해서는 학급의 문화와 풍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자생적으로 나타나는 학생들의 조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조직론적 차원의 운영원리와 전략을 적용하려는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풍토 조성을 위해서는 별도의 기법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둘째, 학생을 학급경영의 대상이 아니라 그 활동의 주체이고 동반자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교사는 학생들과의 협의를 통해 학급을 경영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중심이 아니라 학생 중심의 학급경영을 실시한다는 의식과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리더쉽론의 관점에서 볼 때 일종의 지도자 중심의 관리방식으로부터 종업원 중심의 관리전략(Tannenbaum & Schmidt, 1973: 162-180)으로 선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많은 초·중등교사들은 교육의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 있는 교육내용을 전달하기에 앞서 그들로 하여금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실토한다. 아무리 진리의 말을 전하려 해도 소란과 주의 분산으로 그의 말이 학생들에게 도대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교사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주입식·암기식 방식으로부터 학습자의 자발적 참여와 토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수전략을 선회하도록 만들고 있다. 수업방식을 교사 주도로부터 학생 주도로 전환하듯이, 학급경영에 있어서도 교사가 특별히 관여해야 할 사항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한 의사결정과 그 수행을 유도해 나가는 전략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체계적인 기획과 전략 수립을 통해 학급경영의 목표를 달성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학급의 의사결정과 학급활동의 수행을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에 맡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교사는 학급경영에 대해 방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는 학급활동을 통해 이루어야 하는 교육목표가 엄연히 존재하며, 학생들의 자율에 의한 의사결정과 활동수행은 잘못된 방향을 지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이 잘못 결정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충실한 안내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급활동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선행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과 수단들을 체계적으로 구안해 두는 일이 필요하다. 목표와 그 달성방법을 학생, 가정, 학급, 지역사회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통해 도출하고, 그 구체적인 과정과 절차들을 명료화하여 시차적인 계획에 따라 이행될 수 있도록 체계화해 두어야 한다. 그것만이 학생들로 하여금 올바른 방향을 지향케 하고 소망스러운 교육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참여를 통한 자율적인 학급경영은 지시적인 학급경영보다 노력과 절차에서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을 쉽게 생각하고 체계적 준비 없이 학생들에게만 맡기는 경우 경험중심 혹은 흥미중심의 교육운동이 겪어야 했던 쓰라린 실패를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넷째, 효율적인 학급경영을 위해 학급 구성원간의 의사소통 구조를 보다 다양화하고 정교화해 두어야 할 것이다. 교육조직과 관련된 많은 연구결과들은 학교와 학급 내에서 공식적인 조직과는 별도로 자생적인 조직이 발생하여 비공식적인 의사소통을 형성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학급 내의 그러한 비공식적 의사소통 구조의 존재는 학급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특히 그것이 편가르기나 그 과정에서 특정 학생들에 대한 따돌리기 현상으로 발전되는 경우 학급경영에 치명적인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교사는 비공식적 의사소통 관계를 사전에 파악하여 분단 편성이나 소집단 활동 등을 통해 학급 내의 의사소통 관계가 특정한 방향으로만 편중되지 않도록 의사소통망을 다양화하고 긴밀화해야 한다. 아울러 의도적인 접촉 노력을 통해 교사-학생간의 의사소통 관계와 교사-학부모의 의사소통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여 학급경영과 관련하여 야기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파악, 처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기법 등을 개발·동원하여 학급경영 활동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이는 수업과 학급활동에 학생들의 관심을 몰입케 하는 소극적인 학급경영 기법으로부터 새로운 활동을 창출·수행해 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앞서 제시한 몇 가지 방향들은 결국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과 기법을 활용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학급담임 교사는 끊임없이 다른 교사들과 의견을 교환하거나 스스로의 경험을 반추하여 학생들의 참여를 자극하고 격려하기 위한 동기화 전략과 기법을 체계적으로 강구해야 나가야 한다. 그것이 학급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며, 그 변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여 효율적인 학급경영을 이루는 첩경인 것이다.
4. 몇 가지 학급경영 전략과 기법
앞서 살펴본 대로, 효과적인 학급경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과 기법들을 개발·활용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선 그 몇 가지 전략 혹은 기법을 목표성취, 행동수정, 동기화 전략과 기법으로 나누어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간단히 논의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목표성취 전략 및 기법
학급경영 기법으로서 목표성취 전략 혹은 기법은 교사가 학급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교육적 노력을 말한다. 즉, 학급경영 계획에서 정한 학급활동의 목표를 보다 능률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학급담임 교사가 동원·활용하는 전략과 기법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교사는 학급경영 계획을 수립하면서 일 년 혹은 한 학기 동안 달성하고자 하는 특정한 교육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목표 설정 후 교사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을 계획하게 되는데, 이 때 동원되는 전략 또는 기법이 목표성취 전략 혹은 기법인 것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그 전략과 기법들을 추상적인 수준에서, 구체적인 수준의 경우라 하더라도 단기적인 수준에서 제시하는 데 그치고 만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학급경영의 기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이 하나의 학급경영 기법이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속적인 노력 투여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기획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경영 행위과정과 경로로 조직화되어야 한다. 다음에 제시하는 한가지 실례는 목표성취 기법이 어떤 것인가를 잘 설명해 줄 것이다.
예) S교사는 학급경영 계획을 수립하면서 자신의 학생들이 건강한 어린이가 되도록 지도하는 것을 학급경영 목표의 하나로 삼았다. 그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음식을 골고루 먹도록 지도하고, 제기차기와 줄넘기를 습관화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로 하였다. 특히 줄넘기와 제기차기의 경우는 급수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였다.단지 건강한 어린이가 되라고 훈계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줄넘기와 제기차기를 습관화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으며, 급수제도를 도입하여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한 학생들에게 급수를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급수제도는 남·녀별로 차이를 두어 5급에서 1급, 특급까지 두었으며, 제기차기의 경우 오른발차기, 왼발차기, 양발차기, 발들고차기, 오래 차기 등으로, 줄넘기의 경우 모둠발 뛰기, 가위뛰기, 발엇갈아 뛰기, 이단 뛰기, 오래 뛰기 등으로 다양화하였다. 매월 급수판정을 하고 급수증과 함께 분발상, 열심상 등을 시상키로 하였으며, 일일, 주간, 월간, 연간 계획을 통해 실시과정을 체계화하였다.6)
2) 동기부여 전략 및 기법
누구나 목표를 성취하면 큰 즐거움을 얻게 된다. 특히 그 성취에 대해 교사의 칭찬을 듣거나 동료 학생들의 인정을 받으면 그 행동은 강화되어 목표성취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동기를 자극하여 지속적인 성취 노력을 기울이도록 만든다. 동기화 전략과 기법은 그러한 성취 욕구나 인정 욕구를 적절하게 자극함으로써 학급활동 혹은 수업활동에의 참여를 자극하고 그를 격려하기 위한 전략이다. 동기부여 혹은 동기화 전략과 기법은 앞의 예에서 보여준 급수증의 수여나 분발상, 열심상의 포상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학급목표의 성취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학생들의 행동을 그 목표성취에 매진토록 하는 일종의 유인체제적 성격을 띠는 전략 혹은 기법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다음의 보다 구체적인 예를 주의하여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예) J교사는 가정학습 과제나 방학 과제를 내줄 때면 항상 어떻게 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의욕적으로 과제에 매진할 수 있게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과제를 내주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스스로 특정한 기간 동안에 수행하고자 하는 과제를 적어 내도록 한다. 스스로 과제를 설정하도록 하면 능동적으로 과제를 잘 수행하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적어 내도록 할 때에는 개별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계획의 형태로 체계화할 수 있도록 소정의 양식을 제공하고, 수행과정 계획을 작성함에 있어 일일이 지도하고 조언을 한다. 과제가 성취된 후에는 학생들로 하여금 심사위원회('1학년 1반 학위심사위원회')를 구성토록 하여 과제의 수행정도를 평가토록 한다. 심사위원회에서는 과제들을 평가하여 우수한 성취를 보인 학생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한다. 박사학위는 과제에 따라 학습에 관한 것이면 독서박사, 역사박사, 미술박사, 동물박사 등으로, 스포츠나 연예 등에 관한 것이면 줄넘기박사, 야구박사, 연예인박사 등으로 호칭한다.7)
3) 행동수정 전략 및 기법
행동수정 기법은 행위주체자의 행동에 바람직한 변화를 초래하고자 하는 일련의 원리로 구성된다. 주로 보상(혹은 강화), 벌, 소멸 등의 조작을 통해 바람직한 행동은 증가·지속케 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은 감소·소멸토록 하는 것이다(이성진, 1990: 23-43). 이 기법은 주로 심리학에서 특정한 개인에 대한 행동변화를 목표로 시도되는 일종의 일탈행동 치료기법으로 유명한데, 학교에서는 주로 교사들이 학생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학습행동으로 유도하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행동수정 기법은 학급경영 기법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즉, 학급활동에서 학생들의 바람직한 행동은 강화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은 억제하기 위한 학급경영 기법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에 제시되는 예는 행동수정 기법이 어떻게 학급경영 기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줄 것이다.
예) P교사는 학생들의 바람직하지못한 행동을 바람직한 행동으로 변화시키고 좋은 학업성취를 이루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는 장난감돈을 만들어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상금을 주고 그렇지 않은 행동을 하면 벌금을 물리는 방법을 활용키로 계획하였다. 우선 학기초에 학생들에게 만원씩의 장난감돈을 배포하고 상금과 벌금을 수입과 지출로 하는 금전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구체적인 대상행동 항목과 액수를 학생들의 토론을 통해 정하도록 하고 그러한 행동을 했을 경우 즉각적으로 상금을 받거나 벌금을 지불하도록 하였다(예컨대, 수업시간에 잡담을 하면 벌금 500원을 부과하고, 숙제에서 '수'를 받으면 상금 500원을 지급하는 등의 상벌운영 규정을 정하고 이를 시행한다). 매달 혹은 매학기에 한 번 정도 시상을 하거나 학생들이 번 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장을 교실에 개설하여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학생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결과, 학생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은 현저하게 감소하고 바람직한 행동은 크게 증가되었다.8)
5. 결론
앞의 예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학급경영을 효율화하기 위한 전략과 기법은 결코 어렵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생각한 하면 흔히 개발해 낼 수 있거나 도입·적용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친근한 것들이다.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의도적으로 쉬운 기법과 전략들을 예시하였다. 초등학교의 저학년 담임교사 중에는 이미 '꽃잎 행동표'나 '행동 점수표' 같은 기법들을 사용하는 있는 교사들이 적지 않으며, 각급 학교의 교사들도 학급담임으로서 그 나름대로의 수단과 전략을 동원하여 학급경영의 효율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교사들 스스로 새로운 학급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대응방식을 창출해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교사들은 그러한 기법들을 전혀 활용하고 있지 않거나, 활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것들이 하나의 학급경영 기법이고 전략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활용하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기법이고 전략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것과 그것을 전략 개념에서 도입·활용하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을 하나의 기법이고 전략이라고 여기는 교사는 끊임없이 그것을 차용하기도 하고 변용 하기도 하여 학급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놀이나 집단활동이라도 학급경영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도입하여 학급경영을 효율화하는 데 활용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인식이 없는 교사는 전통적인 방법만을 고집하거나 타성적인 관리 수준의 학급운영에나 만족하고 학급을 생동감 있게 운영하려는 어떠한 시도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 차이는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판이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학급의 상황은 날로 변화하고 있다. 학급에서 학생들을 다루는 데 익숙해 있는 교사들조차 요즘은 수업을 하거나 담임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것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학급환경의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교사들이 특별한 전략이나 기법을 활용하지 않고도 학급을 잘 운영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서 정리해 본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의식 및 위상의 변화와 사회적 풍토의 변화는 학급운영에서 그러한 기법의 활용 없이는 운영 그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학급운영을 책임진 교사들은 현재의 교육현실이 규범적 강조만으로는 훌륭한 학생과 좋은 학급을 만들 수 없는 상황으로 변화되었음을 분명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소망스러운 학생과 학급을 만들기 위해 이제 교사는 말의 훈시가 아니라 적절한 행동과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학생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그 성취를 이루도록 자극해야 한다. 따뜻한 가슴과 함께 그 교육적 열정을 성취로 전환시킬 냉철한 머리와 손발이 더욱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교사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학급을 경영해야 하는 이유가 되며, 새로운 학급경영의 기법과 전략을 개발하고 활용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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